안녕하세요. 전주 출판사 바밀리온입니다.
저의 최애 소설인 고 박완서 작가의 '기나긴하루'라는 책에 대해 소개합니다.
(기나긴 하루를 읽고 수상한 독후감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겁니다." _ 박완서
먼저 소설의 소개에 앞서 짚고 싶은 것이 있다.
내게 현대문학 작가의 으뜸을 꼽으라고 한다면, 박완서 작가를 거론할 것이다. 사실 나는 작가들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니거니와 부족함 투성이인 초보작가이지만. 2등은 조세희 작가다. 두 작가는 개인적으로 내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20대에 이 두 작가의 책을 읽고 쓴 독후감으로 상을 탔다. 박완서 작가의 '기나긴 하루'로 군대에서,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는 대학에서.
그렇게 취미로 즐긴 글쓰기를 점점 전문적으로 하고 싶어졌다. 내게 작가의 물꼬를 터준 셈이다. 고마운 분들이다.
군대에서 열린 독후감 대회는 포상휴가를 따기 위한 간절한 대상이었다. 우연히 막사 강당에서 집은 소설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다만 성실하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독후감을 잘 쓰려 컴퓨터를 할 수 있는 소위 '싸지방'에 들어가 작가와 책에 대해 검색했다. 지금도 사실은 박완서 작가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것은 없다. 소설을 통해 그 시기를 살았던 존재를 직접 경험한바와 같이 접하게 해준 것에 가치를 높게 두는 것이다. 쓴 소설이 무수히 많고, 교과서에도 실리고,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것 정도. 박완서 작가는 2011년 별세했다.
박완서 작가의 『기나긴 하루』는 한국 현대 문학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변화와 그에 맞물려 변화하는 개인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것이 바로 소설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배경
『기나긴 하루』는 1980년대 한국 사회의 복잡한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는 군사 정권 아래에서의 억압,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두드러진 시기다. 박완서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일상적인 삶의 기나긴 여정을 담아낸다.
목차
책은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2. 빨갱이 바이러스
3.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4. 카메라와 워커
5.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6. 닮은 방들
이들 중 나는 독후감에, 빨갱이 바이러스와 카메라와 워커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유는 신기하게도 내 마음에 와닿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갓 일병을 단 스물한살 짜리가 뭘 알 수 있었을까. 다만 그 당시에 군인이었고, 당시 살아 계시던 고모부가 탈북자였다는 정도. 그리고 엄마는 내가 이과에 진학하길 원했으나 나는 문과에 진학했다는 것. 나의 이런 경험은 자연스레 저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실로 한국의 근대사를 소설의 순기능 답게, 경험하고 답사하게 된 것이다. 비로소 이것이 이야기의 힘. 소설의 힘이라는 것을 알았다.
당시 행보관님이 나를 찾았다. 장려상이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기뻤다. 어떻게 쓴 독후감인데. 살면서 처음 써본 독후감인데 말이다. 원래는 장려상이었다는데 당시 대빵이였던 부대장께서 내 독후감을 읽어보고는, 공감가는 게 많아 최우수상으로 격상시켜줬다고 했다. 감동이었다. 내 진심이 통했다는 것이니까. 4박5일 포상휴가와 5만원 상품권을 받은 그 순간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거의 처음 맛 본 성취감이었다.
내가 느낀 것들 (2014년도 본인이 실제 수상한 독후감 내용입니다.)
나는 사실 박완서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올랐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작가에 대해 너무나도 감사했고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기나긴 하루'는 박완서 작가가 별세하기 전 출고한 단편소설 6편을 전집으로 묶은 모음집이다. 소설의 구성에 대해 사람마다 상이한 관점이 있지만 기승전결에 의한 구조로 설정 되어있는 게 일반적이다. 6편의 단편소설들은 그런 것이 없어 모두 일관성 있게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아, 이런 일기 같은 형식을 자서전 소설이라 하는구나.' 하며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이라고 해서 꾸며낸 이야기라 해도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그 안의 내용보다 우리들의 현실이 더 황당한 일로 가득 차 있다.
글을 쓰면 그 글 안에 글을 쓴 사람이 고스란히 담긴다고 한다.
가장 궁핍했을 시절인 1931년에 출생해 81살에 현역작가로 별세한 작가는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에서 본인이 말했듯, 자신이 겪은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상처와 부조리를 고백하고자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변천과정에 따른 역사적인 의식과 현대적인 감성에 나도 공감이 갔고 감정이 자연스레 이입됐다.
개중 <빨갱이 바이러스>라는 작품은 나로 하여금 주체의식을 가지게 했다. 화자는 피붙이인 삼촌이 공산당을 택해 결국에는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 삽으로 맞아 죽고, 시골집의 마당에 묻히는 것을 어릴 적에 목격한다. 그 장면은 전쟁이 끝나도, 화자가 50대가 되어도 바이러스가 되어 도저히 씻겨질 수가 없다. 나는 직접적으로 6.25전쟁을 겪은 건 아니므로 전쟁의 흔적들은 나와는 별개인,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며 살아왔다. 어쩌면 시대가 이런 것 이니 내가 이렇게 살아온 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도 해봤다.
그렇지만, 나의 고모부도 전쟁에 참여했었고 심지어 탈북인이다.(현재는 고모부께서 소천하셨습니다.) 형제 중 막내인 나의 아버지도 위로 나이차가 심한 형제들이 많았다지만, 전쟁과 가난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출생신고도 바로 위의 형의 것으로 대신 되어 주민번호도 아버지 본인의 것이 아니다. 한 번씩, 아버지가 그 분들의 손자 뻘이 되는, 나에게는 조카 뻘이 되는 친척의 결혼식이 있으면 '아들은 아빠랑 꼭 가야지!' 하고 너스레를 부리시며 날 설득한 기억이 있다. 누나랑 엄마보다 나에게만 유독 그러셨던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기성세대라 가부장적이거나 아들을 더 편애하는 경향도 있을 수 있지만 아버지도 그들에겐 소중한 동생이었고 막내인 만큼, 자신의 자식이 벌써 당신들이 건장했던 시절처럼 이렇게 잘 컸다고 결혼하는 친척들을 통해서라도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형님들을 보고싶어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화자는 비밀의 사연을 간직한 시골집에 가는 길에, 홍수로 인해 버스가 끊겨 발이 묶여 있는 이방인 여성 세 명을 데리고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게 해준다. 그곳에서 세 여성은 자신들이 왜 이 지역에 왔는지 사연들을 고백한다. 정욕, 물욕 등이 뒤엉킨 그들의 세속적 스캔들은 다른 이들의 상처와 하나가 되어 잠시라도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화자는 홍수가 나도 삼촌이 묻힌, 마당이 딸린 시골집을 범하지 못한 것처럼 세 여성의 상처와 자신의 상처가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불쌍하고 세상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나는 분명 이런 상처들은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의 아버지, 고모부와 6.25전쟁이 직접적인 영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에게도 분명 나에게는 말하지 못할, 평생 가져가야 할 비참한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군인이다. 아직 까지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의 국민이자, 군인이기 전에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들의 상처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군인으로서, 가족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 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그들도 연세가 있으시기에 어쩌면 늦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른 관점으로 보고 싶고 아프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만 했던 사연을 통해 우리나라의 가치를 진지하게 알고 싶다.
6.25 사변의 후폭풍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카메라와 워커> 작품은 전쟁으로 오빠와 올케를 잃고 고아가 된 조카를 남다른 모성으로 키우는 화자와 조카의 갈등 속에서 개발시대의 올바른 가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끔 나에게 그 질문을 던졌다. 조카의 아비가 사회주의 사상에 관여해서 죽어나갔기 때문일까. 화자인 고모는 조카가 그저 휴일에 카메라를 메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할 정도의 풍요면 족하다. 그래서 고등교육에서도 이과 를 선택하길, 대학 때 학생운동에 관여되지 않길, 본인의 바람대로 조카의 길을 잡아준다. 조카가 잘되고 잘 살아야 자기가 겪은 더럽고 잔인한 전쟁에 대해 통쾌한 복수와 깊숙한 상처의 치유를 확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고등학교 때 엄마와의 갈등이 심했다.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엄마와는 반대로 문과를 택했고 대학도 내 흥미와 적성에 맞게, 살면서 나름대로 내 욕심에 따라 행동했다. 우리 엄마는 왜 그랬을까. 엄마의 언어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던 걸까. 엄마도 나를 통해 시대적인 숙제를 풀고 싶어서였을까.
나의 엄마도, 조카를 엄마보다 더 한 모성으로 키운 소설 속의 고모도 개인적인 욕망을 실현시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이렇고 시대가 이런데 그게 순전히 이기적이다고는 볼 수는 없다.
소설의 후반, 영동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혹사당하는 조카를 만난 고모는 서울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조카는 오히려 담담하다. 조카는 기술이니 정직이니 근면이니 하는 게 결국은 어떤 보상이 되어 돌아오나 고모와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똑똑히 확인하고 싶어서다.
조카는 1970년대의 한국 사회가 수락해줄리 없는걸 아는 눈치로 위커에 뿌리라도 내린 듯이 꼼짝도 않은 채 고모의 카메라와 맞선다. 전후세대의 욕망이 개발시대의 현실과 충돌하고 있는 장면이다.
개발시대에 태어난 우리의 부모님들도 내 세대랑은 분명한 격차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세대가 나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더 역전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그 당시 응분의 보상이 지불되지 않고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당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느꼈을 혼란을 내가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 사회구조도, 가치관도 변했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기억은 온전히 남아있고 기록도 남아있는데 그들보다도 난 더 이기적이게 살아왔다. 나도 그들이 원하는 가치와 내가 원하는 가치 사이에서 답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일군 가치를 외면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도 6.25 전쟁의 잔상으로 인한 구조 속에서 군인이 된 것이다. 물론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자신만 생각할 게 아니라 혼란 속에서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의지로 일궈놓은 이 땅 위에 군인으로서 성실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이자 보답이라 생각한다.
6편의 단편소설 모두 일상적인 소재를 통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 박진감이랄까 한 게 없어 진부하게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작가는 분단의 상처부터 근현대사 실상의 속물주의에 이르기까지 비밀스러운 저층에 숨겨진 사회 부조리와 비리를 거침없이 파헤치고 있다. 전쟁, 가난, 분단, 독재정치, 무질서 등의 역사들은 실상, 아직 곳곳에 남아있다.
이렇듯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마음의 역사를, 보상은 못해주더라도 우리 세대들이 깨달음으로써 위로가 되고 더 열심히 우리네의 삶을 사는 원동력이 되길 소망한다. 나도 끊임 없이 되새김질하며 전역 후에도 잊지 않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끝.
나의 재평가
먼저는 이 소설에 대한 나의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부족함 투성이다. 허나 그 당시 내가 저런 생각을 다 했었다니, 지금의 나보다도 성숙한 모습에 애써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래. 하지만 지금도 저 생각들은 유효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 북한이 오물풍선을 계속 투하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계속 전쟁 중이다. 국제 정세와 경제 위기도 맞물려 돌아간다. 지금도 저 시대의 연장선과 다름없다. 그럴수록 우리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 또한 발전하고 철학도 발전할 것이다. 전과는 다른 감정으로, 다른 감성, 더 고차원적인 주제로 말이다.
자 이제 다시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오겠다. 6개의 단편 또한 모두 다 일기같은 박완서 작가 본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소설이란,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경험을 직접 겪게 해주는 장치이고 도구다. 이 말이 가장 와닿는다. 빨갱이 바이러스, 카메라와 워커. 이 두 단편만 보더라도 소설의 내용이 제목 자체에 압축되어 있다. 더 좋은 제목이 과연 있을까? 지금 다시 보면,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무수하게 생각이 난다. 먼저, 소설 자체에 흡입력이 있다. 나는 머리가 커져 가며 인생을 살아보니, 그리고 눈과 사상이 트이다 보니, 세상의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시대에 대해, 삶에 대해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네 시대가 겪고 있는 숙제들, 나아 갈 방향들 등. 이것들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 현대문학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겨주신 고 박완서 작가께 다시 한 번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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